삶속의 글 - "내 안의 괴물을 만났을 때"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4-09-01

 

내안의 괴물을 만났을 때

 

 

박준영 (아산 평등교육학부모회 집행위원장 / 노동자교육센터 후원회원) 

 

 

그만 좀 하라고!!”

아이가 천둥같은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아이가 그렇게 크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무척 당황했다. 아이를 쫒아 방으로 들어갔지만, 이불을 쓴 체 부들부들 떨고 있어서 더 말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하지?’

왜 그럴까? 아니 어떻게 된 거지?’

마음은 심난하고 머릿 속은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10살짜리 남자아이의 광기, 그날 그렇게 내 아이는 자신 안의 괴물을 드러냈다.

 

내안의 괴물을 만났을 때, 보통의 경우는 억압하고 죄의식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괴물이라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 것은 오히려 기쁨(?)일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내 자신을 잘 알고, 그에 맞게 적절히 운용하며 행복과 만족감을 찾는 것.

아이가 그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괴물의 존재를 자각하고, 잘 알 수 있는 기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기뻐할 수는 없다. 광기에 가까운 괴물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제해야 하지만, 죄의식까지 느낄 필요는 없고

긍정해야 하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되는

부모인 나는 아이에게 어떤 배움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까?

 

다시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더니, 아이가 문 앞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나와, ‘왜 그랬냐?’고 묻자 아이는 나도 잘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놀라서 혼이 빠진 아이에게 더 많은 얘기를 하기는 어려웠다. 10살 아이가 감당할 무게는 얼마만큼일까? 머릿속이 또 다시 복잡해진다. 그리고 난생 처음 매를 들고, 아이의 손바닥을 한 대 때리면서 말했다.

화내는 건 나쁜 게 아니야. 하지만 똑똑하게 화내야 해. 엄마 생각에는 네가 한 대를 맞고 오늘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손바닥을 맞고, 울먹거리는 아이를 꼭 안아줬다.

 

금방 히히덕거리며 뛰어노는 아이를 뒤로 하고, 이내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평소 어떤 경우에도 체벌은 안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터라, 후폭풍은 더 거셌다. 아이한테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는지도 의문이었다. 이 모든 상황, 그 과정에서의 나의 선택에 대해 혼란만 더 커졌다. 그러다가 문득 어디선가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최선의 선택이란, 그 선택을 최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이후의 노력까지 포함된다.’

 

일주일 후의 나는, 어쩌면 당장 다음날 아침의 나는 깊게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주려고 했던 메시지처럼, 죄의식이 아니라 보다 나은 결과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저녁 아이와 낮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아이에게는 오늘의 일을 일기로 쓰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아이가 일기장에 쓰면 선생님이 볼 수 있다는 우려를 해서, 다른 공책에 쓰라고 했다. 세 페이지에 걸쳐 길게 일기를 쓴 아이의 공책을 몰래 읽으며, 나는 아이에게 편지를 쓸 생각이다.

현우의 고릴라(괴물)을 만나서 반가웠어. 다음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자. 그리고 엄마 고릴라가 현우한테 사과하고 싶대. 엄마도 우리 아들 속상하고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