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역사문화기행 소감

                                                       이근택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이천여주양평지부 사무차장)

10월 18일 10시, 양재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14명의 노동자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충북 금산 외부 리에 도착합니다. 남부군 총대장 이현상 생가가 있다는 곳이지요. 모두가 처음 가는 곳이라 살짝 헤매긴 했지만 결국 이현상이 태어난 곳을 찾아내고, 박준성 동지의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가을에 박준성 동지와 함께 지리산의 이현상 최후 격전지를 갈 기회가 있었는데, 올해는 시간을 거슬러 이현상이 태어난 곳까지 오게 되었네요.

다음 목적지인 정지용 생가에 가는 길, 어떻게 찾아냈는지 기가 막힌 황태구이 정식을 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지요. 가격마저 착하더군요.

정지용의 고향이라는 옥천구읍은 사실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사실 전 두 달 전 쯤 여행하다 이 동네에 들렀는데요, 호기심에 육영수 생가도 가 보았답니다. 둘 다 없어졌던 걸 복원한 것이긴 한데, 정지용 생가는 손바닥만 한 초가집이고 육영수 생가는 으리으리한 대갓집이더군요. 무슨 무슨 연합이니 무슨 무슨 총연맹이니 하는 곳에서 온 듯 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득 하더라구요.

노동자교육센터 역사기행의 큰 장점이라면 역시 박준성 동지의 해설이지요. 버스에서 정지용 시인과 다음 목적지인 삼년산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동합니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 나면 역사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 …… 는 건 과장이고, 새삼스런 눈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됩니다.

아무튼 이렇게 생생한 해설에 참가한 노동자들도 힘이 났던지 삼년산성 한 바퀴를 기어코 모조리 돌아보고야 말더군요.

햇볕이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할 즈음 동학농민혁명 최후 격전지 중 한 곳에 조성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을 둘러보았습니다. 이 시기 보은에서는 대추 축제를 하나봐요. 싱싱한 대추를 파는 가판이 줄지어 있습니다. 너도 나도 한 상자씩 사 들고 속리산 법주사 아래 숙소로 향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니 다들 왠지 모르게 학습 의욕이 솟구쳐서, 굳이 안 해도 된다는 박준성 동지의 강의를 청하여 듣고 즐겁게 뒤풀이를 하니 역사기행 첫 날이 저물어 갑니다.

둘째 날 일정은 속리산 법주사와 화양구곡입니다. 8시에 아침을 먹고 법주사로 향합니다. 전날 밤 뒤풀이 때 새벽에 일어나 문장대를 찍고 법주사를 돌아본다느니 하는 얘기가 나와서 내심 불안했는데, 제 기도가 통했나 봅니다.

법주사는 세월이 흐르며 증축과 개축이 거듭되면서 건축으로서의 의의는 좀 떨어졌지만, 워낙 많은 문화재를 품고 있는 절이라 돌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둘째 날 점심 식사도 기대 이상, 다들 호평 일색이네요. 이런 데를 어찌 그리 잘 찾아낸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일정인 화양구곡은 조선 후기 노론의 영수이자 최고의 키보드 워리어…… 아니, 논객이었던 우암 송시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그가 은거했다는 암서재로 가는 길목에는 우암을 모신 화양서원이 있고, 거기에는 또 멸망한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를 제사지내던 만동묘가 있습니다. 오래 전 사라지고 터만 남았던 걸 복원해 놓았습니다. 남의 나라 임금을 굳이 사당까지 세워 제사지내고, 없어졌던 걸 굳이 복원하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1박 2일 정말 알차게 보냈습니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고, 마음의 양식까지 챙길 수 있었지요. 사실 전 박준성 동지와는 몇 번 역사 기행을 함께해 보았지만, 노동자교육센터 역사기행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생각은 있었지만 왠지 혼자 참가하기가 머뭇거려지더라구요. 하지만 막상 다녀오고 나니 역시 괜한 걱정이었네요. 앞으로도 계속 참가할 생각입니다. 믿고 가는 노동자교육센터 역사기행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