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이야기 -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 할 뿐이다"

  • 글쓴이: 노동자교육센터
  • 2014-10-28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전 분회장)

 

 

 

  201410월 하늘은 높고, 사방은 온통 울긋불긋, 누군가 보낸 문자에 ‘10월의 눈부신 어느 날이라 했는데 무슨 노래 제목인가 싶기도 하지만, 우리는 요즘 최동열 회장집 앞에서 ‘10월의 눈부신 어느 날을 만끽하고 있다. 매일 아침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 집 앞 선전전을 하면서 든 습관 중 하나가 피켓을 들고 하늘을 쳐다보는 것인데 하늘이 어찌나 눈이 시리도록 푸른지 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현실을 훌쩍 뛰어넘어 가슴이 시원해진다. 최동열 회장이 야반도주한 다음 날인 20131230일부터 다시 시작된 출근 선전전이 어느새 300일을 훌쩍 넘기고 있다. 물처럼 흐르는 세월이다.

 

  죽는 것 빼곤 다 해봤다는 기륭 1895일의 투쟁. 20081000일 투쟁을 벌이며, 고공농성, 94일간의 단식,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많은 이들의 외침에도 해결되지 못했다. 당시 기륭투쟁에 대해 몇몇 분은 기륭 이제 새로운 전망을 찾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 없어~ 그만 고생하자는 얘기도 건넸다. 그만큼 돌파되지 않는 현실은 참담했다. 하지만 불법은 회사가 하고 우리는 불법을 시정하라고 했을 뿐인데 우리가 포기 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몇 남지 않은 조합원이지만 그 마음은 하나였다. 조합원 대부분 단식을 길게 한 터라 몸들이 좋지 않고, 마음도 상당히 무너져 있는 상태였지만 우리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 ‘우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악질 사업주 책임도 있지만 파견법에 있다. 우리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외쳐 왔지만, 파견 자체가 노예로 살아가야하는 비참함 그 자체이기 때문에 파견법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그러니 피해 당사자인 우리가 끝까지 목소리를 내자는 결의를 했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열심히 싸웠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얘기하듯 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기적 같은 승리를 했다. 2010111일 법을 넘어선 합의를 국회에서 한 것이다. 당시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은 갈등을 딛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좋은 일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었고,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전원 상근체계를 유지하며 비정규투쟁을 비롯한 연대투쟁에 집중 했다. 그러다 합의에 의거하여 201352일 현장으로 복귀했다. 현장복귀선언 기자회견을 하면서 긴 시간의 투쟁과 기다림 끝에 복귀였지만 불안전한 복귀라 마음은 착잡했다. 하지만 기륭전자에 정규직으로 복귀하는 자리라 만감이 교체했고 우리 모두는 저절로 젖는 눈망울을 감출 수 없었다.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다. 복귀한 당일부터 업무도 주지 않고 회의실에 대기시키더니 임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수차례의 노사협의를 했지만, 최동열 회장은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뇌었다. 출근하면서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보니 뭔가 불안해 보였고, 정상적 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그만두고, 회사가 어렵다던 최동열 회장은 이상하게 임원진만 늘렸다. 그런데도 금감원 공시를 통해 신규 계약이 체결되어 수십억의 매출을 하게 되었다며 마치 회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적격성심사를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복귀 초기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하던 최동열 회장은 시간이 지나자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일하지 않으면 직원으로 볼 수 없다는 막말을 하며 기륭전자 사원임을 부정했다. 합의를 깬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2013829사회적 합의 이행’, ‘경영투명성 보장을 요구하며 또 다시 재투쟁을 선포했다. 노동조합은 한국거래소에 실사를 포함한 철저한 심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비롯해 매주 집회를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최동열 회장은 20131230일 새벽 소위 야반도주를 했고, 이 날부터 조합원 모두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기륭전자 야반도주를 취재한 기자가 최동열 회장에게 왜 조합원들을 버리고 야반도주를 했냐는 질문에 최동열 회장은 그 사람들은 우리 회사 노조원이 아니다며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을 했다. 최동열 회장은 야반도주 후 이 사건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2위를 하자 본사이전에 대한 공시를 했다. 하지만 공시한 주소에 기륭전자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수십억의 매출계약도 모두 취소 또는 연기 되었다고 금감원 공시를 통해 밝혔다. 거짓과 기만이 사기가 되는 순간이다. 결국 20142기업의 계속성과 경영투명성을 이유로 기륭은 상장폐지 되었다.

 

  우리는 최동열 회장을 '기업 사기꾼'으로 부른다. 이유는 2007년 기륭 돈으로 기륭을 인수하고, 기륭전자 본사, 중국 공장 등 고정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비정상적 회사 운영을 했기 때문이다. 20143월 기륭전자가 주주총회를 신림동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에서 하려다 노동조합의 항의로 무산 되었는데,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처리하여 이날 안건인 95% 무상 감자와 이사 선임 등을 집행했다. 한 때 시가 1000억대의 회사를 6,400만 원짜리 껍데기 회사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최근 밝힌 본사는 아파트 지하상가에 보증금 없이 월 10만원에 주소만 임대하는 형식으로 우편물 수령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기륭전자는 부도상태도 아니면서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가 되어 버렸다.

 

  철야농성을 하는 건물은 형식적으론 -노동조합은 이면거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동열 회장이 태웅로직스라는 물류회사에 매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태웅로직스는 농성장을 철수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지난 5월엔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강제진압을 강행했었다. 이 때 몇 안 되는 조합원들이 온몸으로 막고, 유흥희 분회장이 옥상에 올라 뛰어 내리겠다고 난간 앞에 서면서 충돌은 중단되었고, 연대단위 동지들의 힘으로 다시 농성장을 탈환했다. 이 날 충돌로 인해 오석순 조합원은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기륭상황을 보면서 갑갑해 한다. 물론 우리도 그렇다. 긴 시간의 투쟁과 합의, 유예기간 후 복귀, 합의파기, 거리로 다시 내 쫒긴 사람들. 거기에 유령회사. 참 기막힌 운명이다. 하지만 우린 그냥 우리 투쟁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의 1895일이었고, 주체의 치열한 투쟁과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많은 이들의 힘으로 쟁취한 합의를 너무도 뻔뻔스럽게 파기한 기업주. 거기다 노동자들의 일터를 기업주 개인의 배를 불리기 위해 거덜 내고 유령회사로 만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투쟁을 통해 이뤄진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우리사회 정의와 신뢰에 대한 파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 묻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용기내서 투쟁할 수 있을까. 이러한 행태는 노동자들의 저항 자체를 거세하는 것이라고 본다. 또한 기업주의 먹튀 행각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이어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지속적인 기업의 규제 완화의 영향이 크다. 누가 봐도 명백한 기업사기 행각인 배임인데, 경찰은 선진경영기법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최동열 회장의 기업 사기질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업무상 배임죄로 조합원들과 경영학, 사회학 교수 등 전문가와 투쟁사업장 동지들 100여분이 함께 20146월 고소고발을 했지만 현재까지 1차 조사도 마무리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합의 파기와 관련해선 사회적 합의 사회적 강제 방안 모색을 주제로 두 차례의 토론회를 진행했다. 거기서 노사 간의 약속 파기에 대해 민사가 아니라 강력한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사회적 합의 파기는 범죄다라는 기조아래 전사회적 고발인 모집 운동을 벌여 지난 927일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각계각층 100여분이 참여해 고발인 대회를 열고 12,000여명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리고 최동열 회장 구속처벌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검찰청앞 1인 시위를 매일 진행하고 있는데, 11월 초부터 약 3주간 각계각층 1인 시위 등을 통해 검찰을 압박할 예정이다.

 

  20057월부터 시작되어 201410월 현재 이어지고 있는 기륭투쟁은 어찌 보면 97IMF이후 급격한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금융 투기와 연관된 사기경영의 전형적인 모습에 대한 가장 질기고 단호한 저항의 하나라 생각한다. 기륭전자 투쟁이 개별 성과와 상관없이 그 종점을 보고 있다. 우리는 일관되게 비정규직의 문제는 현대판 노예제도의 문제라 규정했다. 좋은 노예제가 없듯이 차별을 줄인 좋은 비정규직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륭투쟁의 결과는 개별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넘어 개별기업의 정규직화를 넘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투쟁과 연대로 총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돌아보면 우리는 법 밖에서 법에 지고 싸웠다. 요즘 판결에 이기고 싸우는 것과 처지가 달랐다. 그 취약함을 채운 것이 사회적 연대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만든 것은 분명 신자유주의 흐름을 돌리는 나름 쾌거였다. 이런 과정이 다양한 사회적 연대의 망을 형성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희망버스 .... 우리는 지금 두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하나는 신자유주의 금융 자본의 사기적 경영과 먹튀행각에 대한 공동의 대응과 응징, 다른 하나는 사회적 합의라 명명했지만 실제적으로는 ' 기업 살인법 등 개별적 자본의 범죄적 행각에 대한 형사적 차원에서 제재 규정을 강화' 하는 사회적 제도적 흐름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2008년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조합원들이 결의했던 것처럼, 2014년 돌아갈 현장이 없는 노동자들이 어찌 보면 무모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 가능성 체제 내적 합리성으로 투쟁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우리의 억울하고 분함을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마지막 최선이라 믿는다. 작은 힘이지만, 우리 투쟁의 결론,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투쟁은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우리 삶에도 ‘10월의 눈부신 어느 날처럼 진정으로 눈부신 날이 꼭 오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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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분회 투쟁기금 마련 사진집 판매

                                               201011월 발간, 권당 1만원

 

                                   판매 연락처) 010-6317-3460 김소연

 

 

 

 

 

 

 

[사진 출처: 작가 微破石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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