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때같은 수백의 생명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온 국민이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했던 참담한 그 날 -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지나버렸다.
2014년 4월 16일, 대다수의 국민이 본 것은 탐욕이 덕지덕지 붙은 배 한 척의 침몰을 넘어, 우리 모두의 안전과 그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침몰이었다. 그래서 “4.16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달라야한다”는 간절한 외침이 생겨났다.
상록수 촛불도 그래서 밝히기 시작했다. 조금 늦었지만, 세 명이 모여 주변의 몇 사람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일곱시 반, 상록수역 광장에서 색소폰 연주도 하고, 노래도 하고, 퍼포먼스도 하고, 영상도 틀고, 발언도 하고, 율동도 하고... 모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걸 찾아가며 만들어 왔다. 그렇게 지금도 곳곳에서 촛불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홍보물을 나눠주고, 기억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그 모든 소망과 행동을 무위로 돌려버리고 4.16 이전과 똑같은 내일을 강요하려는 세력을 목도한다.
정부의 대통령령안은 ‘진상규명 방해용’이라는 게 정확할 정도다. 정부 진상조사 결과만을 대상으로 하라니,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정부가 진상조사를 제대로 할 리가 없으니 특조위도 만든 것 아닌가? 예산도, 조직도 대폭 축소하고 파견 공무원이 실권을 쥐게 만들어 놨다.
정부는 1년이 넘어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9월에야 인양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월호 선체에 대한 온전하고 조속한 인양이야말로 실종자를 끝까지 찾아낼 마지막 남은 방법이자, 진상규명의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는 일인데 말이다. 어제 만난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는 ‘9월 28일이 배.보상 신청 만기다. 그래서 9월로 잡은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속에는 ‘배.보상 신청할 사람 다 하고 나면, 제대로 안 할 거다’란 깊은 불신이 배어 있었다.
도대체 누가,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위로받고 치유 받아도 모자랄 유가족들을 비 내리는 거리로 내몰고 있는가? 도대체 누가, 자식 잃은 엄마의 다리를 온통 멍투성이로 만들고, 자식 잃은 아빠의 머리에 피가 흐르게 만들고 있는가? 갈비뼈를 부러지게 만들었는가?
도대체 누가, 유가족들을 노숙농성도, 도보행진도, 3보1배도 모자라, 삭발까지 하게 만들었는가?
도대체 누가, 시도 때도 없이 배.보상 얘기를 흘리며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있는가?
도대체 누가, 6백만 국민의 서명의 힘으로 만든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들며,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국민에 맞서고 있는가?
도대체 누가,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을 고립시킨 채 폭력을 휘두르며, 그 유가족에게 가려는 국민들을 가로막고 폭행하며, 심지어 구속까지 시켰는가?
바로 박근혜정권이다. 헌법까지 위반해 가며 백 수십대의 차벽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쏜 캡사이신 양의 2.4배를 4.18 국민대회 하루에 쏘아버린 그 박근혜 정권이다.
진실을 가리려는 자, 바로 참사의 범인이다. 범인과 싸우는 데 타협이나 물러섬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더 이상 유가족들이 앞장에 서서 고스란히 모욕과 폭행을 당하게 두어서도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진실과 안전한 사회를 원하는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상록 촛불 지킴이들은 그 마음으로 오늘도 촛불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