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이 아니라 행복한 소풍길을, 차이가 편하게 드러나는 광장을 향해

  • 글쓴이: 김재욱 후원회원(괴산 목수)
  • 2015-05-22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유난히도 사건·사고를 많이 겪었다. 같이 사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남들에겐 평생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일이 나에겐 일년에 서너 번은 일어나는 것 같다고 할 정도다. 특별히 운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앞만 보고 달리는 성격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건설노조 활동을 했던 시기, 아니 그 훨씬 이전 학생운동을 했던 시기에도, 사소한 일들이 의도치 않게 확대되거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았고, 열정적으로 뛰어들었던 활동에 배반적인 결과가 따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도 지치고 회의감에 빠졌다.

  이러한 이유로 비교적 어린 나이인 40세(6년전)에 귀농?귀촌?을 결심하게 되었다. 도시에 있다가는 더 이상 제명에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과 앞으로는 이꼴 저꼴 안보고 좀 편하게 살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다. 노조상근을 그만두면서 목수일을 배웠고 물흐르 듯 자연스럽게 시골로 오게 되었다. 목조주택을 짓는 친구의 도움으로 괴산에서 목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회문제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시골목수 6년차가 되었다.

  그리고 2014년... 정말 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난 해였다. 특히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사회문제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정권에 대한 분노가 관성적 한계치를 넘어 서면서 SNS를 통해 사람들과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서 소통하기 시작했다. 특히 공무원연금/민주노총직접선거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이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고민하고 토론하며 행동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토론회와 세미나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지금까지의 고민들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단초를 마련하게 되었다.

  다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해야 하나 반문이 생겼지만 다시 그 길을 가고 싶지는 않다. 내가 지치고 힘든데 누가 함께 이 길을 갈까? 활동가든 시민이든 행복한 소풍길을 걸어가는 듯 한 즐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대중을 홀리는 달달한 말이 아닌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소풍길을 가고 싶다.

  그 행복한 소풍길 첫걸음으로 괴산 솔멩이골 작은도서관 시민인문학강좌를 진행했다. 진보넷 소셜펀치로 사업비를 마련하고, 매 강의마다 30명이상 출석하는 성공적인 강좌로 마무리 했다. 후속모임으로 10명 정도 참여하는 토론회가 만들어지는 성과도 얻었다. 후속 모임인 토론회에 대해서는 다들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지만, 농번기에 접어들면서 아직 구체적인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서, 앞으로 지역을 움직일 수 있는 토론모임으로 자리매김 하기위한 계획과 실천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