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7일부터 시작된 초유의 공공부문 연쇄 총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노조 등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도 참여했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소속 공공기관 조합원 중 16개 조직 6만2천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은 2주 간, 서울대병원은 3주, 특히 철도노조는 지금까지 50일 넘는 초장기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초유의 총파업을 이어가는 것은 정부가 강요한 성과연봉제를 거부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노동개악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강요한 후, 각 기관 사용자들은 일제히 이사회를 개최하여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임금과 관련된 사항은 노조와 교섭이 필요한 사항이므로, 이와 같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개악’은 원천 무효에 불법임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이사회에서 이미 통과시킨 사항에 대해서 파업을 전개하는 노동조합이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연초에 발표한 노동개악 2대 지침을 정당화하기 위한 억지다. 그러나 정부와 사용자는 이러한 억지주장을 근거로 파업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가중하고 있다. 철도공사는 200여명의 조합원, 간부에 대한 직위해제와 징계를 진행중이며, 수백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왜 정부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강요에 반대할까? 먼저 노동조합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단체교섭으로 결정해야할 임금을 사용자가 멋대로 결정하겠다고 하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다. 이를 두고본다면 노조는 아무 권한이 없게 되고 노동자는 노예상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 개개인에 대한 무제한 경쟁은 노동강도를 크게 강화할 것임은 물론,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퇴출제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공기관 노동자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전체 노동자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공공기관에서 사용자의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인정된다면 이는 곧 민간부문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모든 노동조합이 임금에 대해서까지 교섭하고 투쟁할 권리를 빼앗기게 된다. 정부의 노동개악 2대 지침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국민 피해도 크다. 공공성과 안전이 제1의 운영원칙이 되어야할 공공기관에서 “성과”를 중심으로 경쟁이 강요된다면 어떻게 될까? 돈벌이를 위해서 안전도 공공성도 내팽개쳐질 것이다. 돈벌이 경쟁의 결과는 올해 폭염 속 전기요금과 같은 높은 공공요금, 돈 안되는 업무의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증가, 공공서비스 훼손이다. 이미 성과경쟁을 도입했던 공공기관에서 부작용은 컸다. 국제적으로도 성과경쟁 만능주의는 퇴조하는 추세다.
초장기 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철도노조 등 공공기관노조는,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거나 개별 공공기관 사용자들이 불법 이사회 결정을 철회하고, 노조와 합의 없이는 임금체계를 일방 개정하지 않는다는 “상식”을 확인해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는 결의다. 특히 철도노조는 장기화속에서도 꿋꿋하게 압도적인 참여율로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과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상을 넘어 장기화되면서 완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공부문 총파업은 최근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과 합류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그리고 재벌 청부 정책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노동개악이고, 그 노동개악의 1번 조항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불법 강행이었다.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가장 큰 피해자가 공공부문 노동자인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11.12. 민중총궐기에는 역대 가장 많은 공공부문 노동자가 참여해 시민과 함께 “박근혜 하야, 노동개악 분쇄”를 외쳤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박근혜를 하야시키지 않고는 승리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시민사회의 투쟁에도 혼심의 힘을 다해 함께 하고 있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매일 각 지역 촛불집회의 주력대오로 참여하고 있으며, 주말 집회마다 파업, 비파업 노조 할 것없이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이제야 갖고 있던 많은 의문을 풀었다. 왜 정부가 먼저 불법을 저지르는지, 부작용만 큰 성과연봉제를 왜 공공기관에 강요하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벌 뇌물에 대한 대가였던 것이다. 철도 등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바로 이러한 재벌 공화국, 부패비리 공화국에 맞서 반드시 승리할 각오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