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의 촛불광장 투쟁으로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21명의 국정농단 범죄자들을 구속시켰다. 이 투쟁으로 이어진 대선에서 적폐청산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광장의 개혁요구를 제대로 수렴해 나갈 것인가? 정부 출범 직후 국정교과서 백지화, 세월호 특조위의 부활, 광주항쟁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부활, 성과연봉제 지침중단 등 적폐청산 조치들을 발 빠르게 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하지 않고 대통령의 권한으로 가능한 조치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개혁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백남기 열사 살해에 대한 진상규명, 검찰개혁 등 추가적인 개혁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개혁의 시금석은 노동문제가 될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수구보수세력의 공격을 받았을뿐만 아니라 노동자민중과도 담을 쌓아 실패한 바 있다. 삼성을 중심으로 한 재벌과의 결탁으로 신자유주의 반노동정책을 추진한 결과였다.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선포하고,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주문했다. 새정부는 노동문제를 개혁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정부출범이 몇 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대선공약 등을 통해 전망해 볼 수는 있다.
지금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노동문제는 97체제 또는 신자유주의체제라고 하듯이 그 직접적 연원은 김대중정부와 뒤를 이은 노무현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직결된다. 그 내용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으로 대표되는 노동정책이다. 그리고 공공부문 민영화/시장화와 재벌의 독점이다. 노동개혁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정부의 개혁방향은 어떤가? 경제부총리로 거론되고 있고,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았던 이용섭은 4월 6일 경제4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노동유연성, 사회안전망, 재취업기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즉 노무현정부 고용정책 방향의 핵심인 노동유연성을 답습하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도 정규직 못지않은 당당한 처우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대신 정규직에 대한 각종 보호제도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어 기업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대한상공회의소, 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라는 자본의 요구와도 상충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지난 20년간 노동자들의 목줄을 죄어온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제도의 온존을 전제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점진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 내용은 무기 계약직, 하청기업 등 노동자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 1만원은 2020년까지 시행하겠다고 공약함으로써 하나마나한 얘기를 하고 있다.
교사공무원의 단결권 보장, 타임오프 및 교섭창구단일화 개선방안, 손배가압류제한 등 노동정책 사안들을 공약했다. 모두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개혁이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여소야대 정치구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럴 정도의 개혁의지가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나, 노동자들을 코프라티즘의 덫에 가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제출하고 있는 일자리위원회, 노동회의소 등 노사정 기구에 묶여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의 개혁시금석인 재벌개혁은 어떨까? 대선캠프에 국정농단 범죄자로 지탄받고 있는 삼성 관련 인사를 영입하여 문재인 정치그룹의 뿌리깊은 삼성유착 의혹을 상기시킨 바 있다. 한국사회에서 재벌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경제개혁은 물론이고 노동개혁, 정치개혁, 문화개혁, 언론개혁 등 가능한 것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정부 시절 확인된 바 있는 삼성과의 유착관계를 떨쳐내고 재벌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재벌개혁 내용이 드러나고 있다. 재벌개혁의 핵심인 총수일족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상법개정안이 제출되고 있다. 재벌총수일족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수준이 아닌 제한하는 수준이지만, 이 마저도 재벌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재벌들의 3대세습과 총수일족의 재벌지배에 대한 국민적 반대여론이 형성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의지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조건이다. 재벌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착취수탈하기 위해 자행해 온 재벌기업의 비정규직 확대, 노조탄압도 개혁과제이다. 하청업체로 떠넘겨 재벌기업의 책임을 회피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 이런 착취와 수탈의 결과로 쌓은 재벌사내유보금을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촛불광장의 투쟁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없다면 유야무야될 것이다. 아직 촛불광장의 투쟁열기가 식은 것은 아니다. 국정농단 범죄자들인 재벌총수들의 범죄수익환수투쟁으로부터 아래로부터의 재벌체제 해체투쟁이 중단 없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30년동안 짓눌려 온 민중들은 신정부의 출범을 정치적 열린 국면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생존권요구와 개혁요구를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원년에 이 요구를 받아 안지 못하면 2017년판 7~9월 노동자대투쟁이 현실화될 수 있다. 노동운동은 이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